부동산을 매수하거나 임차하기 위해 여러 부동산을 다녀야 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매물이 귀한 곳이니 가계약금이라도 걸어두라는 부동산 중개인의 권유를 받은 적이 한차례 이상은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가계약금은 공식적인 법률용어는 아니지만 실무적으로 자주 쓰이는 용어로서, 다른 경쟁자에 앞서서 부동산 물건을 확보하기 위해 정식계약에 앞서 매도인(또는 임대인)에게 지급하는 계약금 중 일부에 해당하는 돈을 말합니다.
지난 몇 년간 부동산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함에 따라 가계약금 만을 받은 임대인(또는 매도인)이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 가계약금을 받은 후에도 일방적으로 가계약금을 해약금조로 돌려주며 계약을 파기하는 일들이 빈번했습니다.
"그렇다면 임대차계약 체결 과정에서 가계약금(계약금의 일부만)이 지급된 경우 계약해제의 법리는 어떠할까요?"
1. 민법 제565조(해약금) 해제
민법 제565조에 따르면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계약금을 지급한 경우에는 양 당사자 사이에 특별한 약정이 없는 경우 계약금은 해약금으로 추정되어(임대차계약의 경우에도 위 규정을 준용합니다), 매도인은 계약금 배액상환 매수인은 계약금 포기를 통해서 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가계약금 계약의 경우에는 계약금이 일부만 지급되고 계약의 내용이 불분명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과연 계약이 성립하였는지, 계약이 성립하였다면 민법 565조에 따른 해약금 해제가 가능한지 그리고 해제시에 가계약금만 반환하면 되는지, 계약이 불성립했을 때 계약해제를 원하는 매수인은 매도인을 상대로 가계약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지 등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2. 계약이 성립되었다고 보는 경우 계약금 반환의 법리는?
가. 계약의 성립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가계약금 지급시 매매계약의 중요부분(적어도 매매대금, 목적물 등)이 특정되고 중도금지급방법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합의가 되어 있는 경우라면 비록 잔금 지급시기가 기재되지 않았고 정식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매매계약은 성립하였다고 보는 것이 대법원의 태도입니다(대법원 2006. 11. 24. 선고 2005다39594판결).
나. 계약해제를 위해 가계약금 반환만 하면 되는지 여부
그리고 판례는 계약금 일부만 지급된 경우 수령자가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해약금의 기준이 되는 금원은 ‘실제 교부받은 계약금’이 아니라 ‘약정 계약금’이라고 봄이 타당하므로, 매도인이 계약금의 일부로서 지급받은 금원의 배액을 상환하는 것으로는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라고 하여, 민법565조에 따른 해약금 해지를 위해서 지급해야 하는 돈은 실제 교부받은 일부계약금(가계약금)이 아니라 계약시 약정한 계약금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만약 매매대금 10억에 계약금 1억으로 정하는데 매도인과 매수인의 합의가 있었고 매수인이 1천만원의 가계약금을 매도인에게 송금한 경우라면, 매수인은 매도인에게 추가로 9천만원을 더 지급해야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반대로 매도인이 계약을 해제하기 위해서는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해야하지만 이 사안의 경우는 아직 9천만원을 덜 받은 상황이므로 총 계약금 배액인 2억에서 9천만원을 뺀 1억 1천만원을 반환하면 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다만 이와 관련해서 명확한 대법원 판례가 없는 것으로 보이므로 추후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다투어질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3. 계약이 불성립한 경우라면 계약해지를 요구하는 매수인이 가계약금 반환을 요청할 수 있는지 여부
대법원은 가계약시 매매계약의 중요하고 본질적 사항인 매매목적물과 매매대금 등이 특정된 경우라면 계약성립을 위한 의사합치가 있다고 할 수 있어, 매매계약이 성립하였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한 바가 있습니다.
반대로 해석하면, 가계약금 지급시 매매계약의 중요한 사항들이 특정되지 않은 경우에는 매매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매도인은 지급받은 가계약금을 매수인에게 돌려주면서 계약을 파기할 수 있을 것이고, 반대로 매수인은 계약 파기를 주장하며 지급한 가계약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가계약금에 의한 계약을 매수자가 일방적으로 해제하려고 하는 경우 당연히 매수자가 가계약금을 포기해야 한다고 잘못 알고 있는 분들이 많은데, 위 판례의 법리에 따라 매매계약의 중요사항들이 빠진 채로 가계약금만 지급받은 상태에서 정식계약으로 이어지지 않은 경우라면 매매계약은 아직 성립되지 않은 것이므로 매도인이 받은 가계약금은 부당이득으로 봐서 매수인에게 돌려주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4. 정리하면..
부동산 매매시 가계약금을 주고 받았는데 당사자 일방이 계약해제를 원한다면,
우선, 매매계약의 중요부분(적어도 매매대금, 목적물, 중도금 지급방법 등)이 특정되고 합의되는 등 계약이 성립되었는지 여부를 따진 후,
① 계약이 성립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라면,
민법 제565조에 의해 매수인은 계약금(가계약금이 아닌 매매계약상 계약금 전액)을 포기하고 매도인은 계약금을 배액상환하는 방법으로 계약해제를 할 수 있습니다.
② 계약이 성립된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라면,
매매당사자 중 어느 일방이 계약진행을 원하지 않을 경우 매도인이 받은 가계약금은 부당이득으로서 매수인은 매도인에게 가계약금의 반환을 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마음에 드는 부동산을 발견하셨다면 가계약금을 걸면서 동시에 매매계약서를 작성하거나, 혹은 그럴 여유가 없다면 적어도 계약의 중요부분에 대한 내용을 부동산중개인이나 매도인과의 문자메세지를 주고받아 계약이 체결되었음을 확인하여 두는 것이 차후에 혹시 있을지 모를 매도인의 변심을 대비하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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